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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일을 만드는 여정 '무비랜드 메이킹 북'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5.0 3개의 리뷰
교화연구소 2026.06.27 21:3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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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8일 저녁, 선릉로 '최인아 책방'에 연구소가 다녀왔습니다. 《무비랜드 메이킹북》 북토크 자리였어요. 무비랜드 극장주 모춘과 소호 님에게 직접 '일의 여정'을 듣기 위함이었죠. 

무비랜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모빌스그룹(모베러웍스)이 성수동에 만든 작은 극장이에요. 브랜딩 업으로 잘 나가던 모베러웍스가 왜 성수동에 극장을 세우게 되었는지, 어떤 한계를 느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어요.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 무비랜드를 "극장업"이라고 부르지 않더군요. 티켓과 아이스크림을 팔아 지점을 늘리는 게 극장업이라면, 자기들은 관점을 잘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하는 "콘텐츠업"에 가깝다고 했어요.

그날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었습니다. 모춘 님이 멤버들에게 매번 던진다는 한마디였어요. "이거 왜 하는 거야? 이 일이 왜 주어진 거야?" 그 질문 앞에서, 모든 업의 본질 부터 묻는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님도 떠올랐고요. 

 

자기를 '극장'으로도, 무엇으로도 가두지 않는 곳

모춘 님은 20대에 대학 도서관 지하 제일 안쪽 자리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책장 사이 골목 같은 공간에 빛이 떨어지고,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하던 곳. 기능적으론 자취방이 더 편했지만 그 자리가 주는 안정감은 달랐다고요. 공적인 장소의 사유화.

두 사람은 그 정서를 무비랜드에 담았어요. 빛이 떨어지는 좌석, 일부러 닳은 듯 만든 매표소 뒷면의 "반질반질"한 자리까지요. 새것이 아니라, 낡았는데 잘 관리된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극장 곳곳에 스며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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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건, 왜 하는지 아는 것

소호 님이 정의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그 일을 왜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 목표 지점이 분명한가 아닌가가 수행 과정 전체를 가른다고 했어요. 모춘 님도 비슷했어요. 디자이너에게 일을 줄 때 레퍼런스부터 뒤지지 말고 "끝그림"을 먼저 상상하라고요. 그리고 중간 의사결정마다 "이게 처음 끝그림에 맞아?"를 묻는다고 했어요. 70년 된 속옷 브랜드 비너스와의 협업이 잘 풀린 것도, 그 브랜드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또렷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일의 성패를 가른 건 기술이 아니라 '왜'의 선명함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우리 일은, 목적과 함께 도착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여기서 마음이 조금 서늘해졌어요. 현장의 일은 늘 끝그림과 함께 주어지지 않거든요. 왜 하는지 정의되지 않은 채로, "뭐라도 해야 하는" 일들이 쌓여요. 이건 누구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일이 흘러가는 구조가 본래 그런 면이 있어서예요. 다만 끝그림 없이 시작한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무엇이 남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거죠. 무비랜드가 계속 "왜"를 물었던 건, 어쩌면 그 허전함을 일찌감치 알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의하기 전에, 그릇을 키운다는 것

소호 님은 이런 말도 했어요. 예전엔 "우리는 이런 브랜드다"라고 또렷이 정의하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스스로를 정의하는 일이 오히려 한계를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무비랜드는 반대로 했대요. 어떤 정의가 들어와도 담길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요. 결국 "브랜드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더라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이 대목은 우리가 일을 익히는 방식과 닿아 있어요. 원불교 공부법에는 일을 응용하기 전에 미리 연마해 두고, 일을 할 때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라는 가르침이 있어요. 끝그림을 먼저 그려보는 일이 바로 그 '미리 연마'와 다르지 않아 보여요. 무엇을 할지 정하기 전에 왜 하는지를 먼저 익혀 두는 것이죠.

그릇 이야기도 그래요. 일을 좁게 정의해 버리면 그 정의에 갇혀버려요. 반대로 '왜'라는 그릇을 넓게 키워 두면, 어떤 일이 들어와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여지가 생기겠지요. 

아! 또 기억에 남는 말!! 무비랜드 직원들은 1년에 2번 꼭 워크샵을 가는데, 그 워크샵 이름이 '인생설계 워크샵'이래요. 우리가 무슨 일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업무분장하는 워크샵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시간이래요. 정말 감동받았어요. 직원들을 일만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도 들여다봐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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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님은 이 책이 마침표가 아니라고 했어요. 표지에서 간판 글자만 특별한 서체를 쓰고 나머지는 평범한 서체로 둔 것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래요. 해를 거듭하며 글자를 하나씩 바꿔갈 거라고요. 어쩌면 물음표 같은 책인지도 모른다는 말로 자리를 닫았어요. 〈남는 것들〉이라는 올해의 화두 앞에서, 빠르게 변하는 것들 속에 끝내 남는 건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왜 하는가"를 놓지 않고 계속 묻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오늘 하는 그 일은, 어떤 끝그림을 향해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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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한줄평

5.0 3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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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그림!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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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사랑
왜의 선명함이 인상깊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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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여행안내자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원불교 교화연구소 대표자 이인성 전화번호 063-85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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