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답 대신 질문을 건넸을까
스포츠 코치에서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된 빌 캠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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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위대한 CEO 뒤에는 숨겨진 스승이 있었다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가 최초 공개하는 빌 캠벨의 1조 달러 코칭
빌 캠벨은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뒤로 물러나 있기를 선호했던 탓에 ‘실리콘밸리의 감춰진 비밀’로 불렸다. 그는 어떻게 독재자형 리더를 인간적인 리더로 바꾸고 개성이 각한 직원들을 헌신적인 팀 플레이어로 만들었을까?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는 15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빌의 코칭을 받은 에릭 슈미트는 그의 가르침을 미래 세대에 전수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빌과 함께 일한 8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베일에 싸여 있던 빌 캠벨의 삶과 리더십 원칙을 최초 공개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명령이 아닌 신뢰로 가장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조직을 만든 빌 캠벨의 1조 달러 코칭을 받을 수 있다.
그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구글의 임원 회의실에 한 노인이 들어서면, 회의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그는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름을 부르고, 두 팔을 벌려 안아줬어요. CEO도, 인턴도, 경비원도 똑같이. 누군가는 그를 가리켜 '그가 들어오면 파티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고 했죠.
이 사람이 바로 빌 캠벨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매주 산책을 한 사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코치, 에릭 슈미트가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구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
흥미로운 건 그가 엔지니어도, MBA 출신도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는 풋볼 코치였어요. 그것도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대학 팀의 코치였죠. 그런 사람이 실리콘밸리의 가장 복잡한 문제들 한가운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왜 였을까요?
코치는 왜 필요했을까
2001년, 구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제품도 뛰어났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 자연스레 팀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서로 경쟁하고, 공을 나눠 갖지 않으려 하고, 갈등이 쌓이는 일이 많았어요.
에릭 슈미트는 처음에 빌 캠벨을 코치로 두는 것에 저항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왜 코치가 필요하지?' 하지만 1년도 안 되어 그는 이렇게 썼어요. '처음부터 우리에게 필요했다. 이 구조는 구글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완성되었어야 했다.'
빌이 풀려고 한 문제는 이거였어요.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개인의 욕망과 팀의 목표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함께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이것은 전략이나 프로세스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문제였어요.
그가 발견한 균열
많은 조직에서 이런 장면이 반복돼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논리를 펼쳐요. 아무도 틀린 말을 하지 않는데, 방 안에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문제 하나가 떠 있어요. '방 안의 코끼리'예요.
빌은 그걸 그냥 두지 않았어요. 아무도 꺼내지 않는 말을 먼저 꺼냈어요. '지금 진짜 문제가 뭔지 얘기해보죠.' 불편하지만 필요한 대화를 피하지 않는 것, 그게 그의 방식이었어요.
그리고 그는 한 가지를 꿰뚫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때 비로소 진짜 대화가 가능하고, 진짜 대화가 가능할 때 비로소 팀이 된다는 것. 성과는 그 다음이었어요.
그가 절대 하지 않은 것
빌은 답을 주지 않았어요. 그는 어떤 전략 회의에서도 '이렇게 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대신 질문을 했습니다. '지금 팀에서 말 못하고 있는 게 뭔가요?' '이 결정이 팀 전체에게는 어떻게 보일까요?'
조너선 로젠버그는 이렇게 기억해요. '빌은 절대 저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대신 질문을 더 많이 했죠.' 빌은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렸어요. 그 기다림 자체가 코칭이었어요.
코칭은 트레이닝도, 멘토링도 아니다
빌이 한 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멘토링'이라고 부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코치라고 불렀고, 그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트레이닝은 기차(train)처럼 움직여요. 정해진 경로를 따라 승객을 정해진 역까지 데려다줘요. 효율적이지만, 역에 내린 다음은 각자의 몫이에요. 집체 교육, 설명회, 강의 같은... 많은 사람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한 사람의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멘토링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요. 해당 분야의 경험 많은 선배가 후배에게 지혜를 건네는 방식이에요. 조언이 중심이고, 멘토의 경험이 중요한 자원이 돼요. 그런데 에릭 슈미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멘토는 지혜를 전수해주지만 코치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에 직접 흙을 묻힌다.'
코치(coach)는 '마차'라는 어원에서 유래 되었다고 해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그 사람이 가고 싶은 곳까지 함께 동행한다는 의미죠. 트레이닝처럼 정해진 경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목적지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거예요. 빌은 에릭에게 구글 전략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에릭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을 던지고, 그 옆에 있어줬어요.
코칭의 핵심은 여기 있어요.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미 안에 가지고 있는 답을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것. 빌이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대신 '왜 이 일을 하고 있나요?'라고 물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신뢰가 먼저
그의 방식은 단순했어요. 이름을 기억하고, 가족 이야기를 듣고, 아플 때 찾아가고, 힘든 순간에 전화했어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와 처음 연결된 것도, 팽팽하게 대립하던 구글 임원들 사이의 긴장이 풀린 것도, 결국은 이 '사람이 먼저'라는 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어요.
이것이 코칭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습니다. 신뢰가 쌓이니 솔직한 대화가 가능했고, 솔직한 대화가 가능하니 진짜 문제를 꺼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진짜 문제를 다루니 팀이 달라졌어요.
빌 캠벨은 자신의 성공을 이렇게 측정했다고 합니다.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 중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람이 몇 명인가.' 주식도, 매출도, 명성도 아니었죠. 그가 남긴 '사람'이 기준이었어요.
그는 보수도 받지 않았고, 권한도 없었어요.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들이 그의 주변에서 풀렸어요. 그것은 그가 탁월한 전략가여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를 진심으로 신뢰했기 때문이에요.
그가 신뢰를 쌓은 자리에서 한 일은, 사실 단순했어요. 답을 주는 대신 물었어요. "지금 진짜 문제가 뭔가요?" "왜 이 일을 하고 있나요?" 답을 쥐고 있는 사람이 정작 그 답을 꺼내지 못할 때, 그는 옆에서 기다린거죠. 어쩌면 누군가를 돕는다고 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고 싶어지는 건 답을 건네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답일수록 더 빨리, 더 친절히 건네고 싶어진적도 있고요.
나는 답을 건네는 사람일까요, 그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려 주는 사람일까요?

빌 캠벨
